트럼프 지출안 속 ‘보복세’ 조항, 외국인 투자자에 최대 20% 과세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지출 법안이 상원에서 심의 중인 가운데,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에 포함된 ‘섹션 899(Section 899)’ 조항이 월스트리트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섹션 899는 미국 내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나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20%의 새로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해 부당한 세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이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해당 조항을 ‘보복세(revenge tax)’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세금 부과 대상은 디지털세(digital services tax), 이익이전세(diverted profits tax), 그리고 글로벌 최저세(global minimum tax)의 일부인 저과세 이익 규칙(undertaxed profits rule)을 포함해 향후 제정될 수 있는 유사한 외국세까지 폭넓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통과될 경우, 섹션 899는 해마다 5%씩 세율을 높여 최대 20%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해당 조항은 외국계 기업이 미국 내에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존의 BEAT(Base Erosion and Anti-Abuse Tax) 규정도 확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Tax Foundation의 대표 Daniel Bunn은 이 조치가 미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세금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이 조치는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의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rnst & Young는 이 조항이 시행될 경우,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자산 운용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일부 경우에는 수동적 투자소득(passive investment income)에 대해 최대 50%까지 원천징수세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Investment Company Institute는 5월 30일 성명을 통해 이 조항이 외국인의 미국 투자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하원의 주요 공화당 의원들은 섹션 899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원 세입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의 위원장 Jason Smith 의원은 2023년 5월 이미 유사한 조항을 발의한 바 있으며, 글로벌 최저세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습니다. 그는 6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해당 국가들이 부당한 세금을 철회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원 세입위원회와 공화당 측은 섹션 899가 향후 10년 동안 약 1160억 달러의 세수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출안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조항이 빠진다면, 의회는 다른 재정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섹션 899는 상원 심의 중이며, 최종 법안에서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월스트리트와 해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 조항이 미국의 외국인 투자 환경에 미치는 파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